20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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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배터리(Better Lee)
[잇(it)템 졸업식]
패션계를 사로 잡은 it템에 대한 모든 것. 역사부터 최신 트렌드까지 낱낱이 파헤친다.
한때 '관능미'의 대명사였던 시스루가 조용히 변신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 시스루는 블랙 레이스나 메쉬 소재로 대담한 노출을 강조하는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시스루는 전혀 다른 결을 보여주고 있다. 에스파 윈터는 최근 체크 패턴 셔츠 위에 연한 그린 컬러의 시스루 셔츠를 겹쳐 입은 모습을 SNS에 공개했다. 안쪽 체크 셔츠 패턴이 은은하게 비치며 레이어드된 질감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이 스타일링에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노출이 아닌 질감으로 감도를 높이는 시스루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시스루 셔츠 스타일링을 선보인 에스파 윈터(출처: 에스파 윈터 인스타그램 계정 @imwinter)
시스루, 노출에서 질감으로
시스루의 이미지 변화는 셀럽들의 스타일링에서 먼저 감지됐다. 두아 리파는 2025 멧갈라에서 크리스탈, 진주, 깃털로 장식한 드레스 위에 오간자 케이프를 덧입으며 시스루를 도발이 아닌 품격의 언어로 풀어냈다. 국내에서는 배우 이영애가 TV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착용한 지고트(JIGOTT)의 오간자 셔츠 블라우스가 화제를 모았다. 은은한 광택감과 비치는 소재가 단아한 분위기와 맞물리며 고급스러운 여성스러움을 연출한 것이다. '시스루인데도 단아해 보인다'는 누리꾼 반응이 방송 직후 온라인상에 퍼지며 시스루 아이템에 대한 인식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25년 시스루 셔츠 스타일링으로 화제를 모은 배우 이영애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실용성도 한몫하고 있다. 비치는 소재의 셔츠는 안에 입은 옷의 실루엣을 블러 처리하듯 부드럽게 연결해 체형 고민을 자연스럽게 덜어준다. 부담스러운 슬리브리스나 그래픽 티셔츠 위에 시스루 셔츠 한 장을 걸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반투명 소재 특유의 미세한 광택이 얼굴빛을 화사하게 살려주는 효과도 있다.
겹치는 순서만 바꿔도 달라지는 룩
시스루 셔츠의 가장 큰 강점은 계절을 타지 않는 활용도에 있다. 간절기에는 이너 위에 시스루 셔츠를 겹쳐 레이어드 룩을 완성하고, 한여름에는 반팔 티셔츠나 나시 위에 가볍게 걸쳐 자외선을 막으면서도 스타일을 살린다. 겹치는 순서만 바꿔도 룩의 무드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시스루 셔츠만의 매력이다.
스커트나 팬츠 위에 비치는 소재를 덧입거나, 티셔츠 위에 시스루 아이템을 매치하는 방식으로 스타일링도 진화했다. 캐주얼, 포멀, 러블리한 무드를 넘나드는 웨어러블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출근룩은 물론 데일리룩까지 폭넓게 소화하고 있다.
반팔보다 시원한 긴팔의 역설
시스루 소재의 긴팔 셔츠에 대한 수요는 여성 고객에만 그치지 않는다. 노출을 최소화하면서도 계절감과 스타일을 동시에 잡으려는 니즈가 한여름철 남성 고객에서도 주효하다.
무더위에 긴팔 셔츠를 고집하는 것은 이탈리아인들이 오래전부터 실천해 온 방식이다. 얇은 긴팔 소재가 강렬한 직사광선의 차단막이 되어주고, 피부 체감온도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사막 지역 사람들이 온몸을 감싸는 옷을 입는 것과 같은 원리다. 소재의 선택도 핵심이다. 리넨은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건조시키며, 옷과 피부 사이에 공기층을 형성해 끈적임 없이 산뜻한 상태를 유지시켜 준다. 얇은 면, 시어서커 등 통기성이 뛰어난 소재들이 여름 긴팔 셔츠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유다.
스파오 시스루 셔츠, 790% 성장의 배경
스파오 시스루 셔츠 화보
이 같은 흐름에 주목한 이랜드월드 스파오(SPAO)는 접근 가능한 긴팔 시스루 셔츠를 다채롭게 선보이고 있다. 올해 스파오의 시스루 셔츠 상품군 매출은 25년 1월 1일부터 4월 22일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0% 성장 중이다.
성장의 배경에는 선제적인 상품 기획이 있다. 기존 화이트·베이직 톤 중심이던 컬러 구성을 브라운, 라벤더 등 트렌디한 포인트 컬러까지 확장해 고객 선택 폭을 넓혔다. 온라인 리뷰 및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즌별 선호 컬러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시스루 소재 특성에 맞는 발색과 비침 정도까지 고려한 소재 기획을 병행한 결과다.
39,9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 뒤에는 스파오만의 원팀 체계가 있다. 셔츠 담당 디자이너와 상품 기획자가 핵심 아이템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초기 단계부터 대물량으로 과감히 베팅하는 전략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생산 파트에서는 비수기 시점에 공장과 사전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스파오 전용 생산 라인을 선확정하며 중간 마진을 최소화했다.
직장인 고객 사이에서의 반응도 좋다. 구김이 잘 가지 않아 출근길에 가방에 넣었다가 걸쳐도 형태가 유지되고, 원단 특유의 부드러운 터치감이 강점이다. 스파오에서는 시스루 셔츠뿐만 아니라 시스루 소재의 블라우스와 양말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노출 없는 시스루, 일상의 언어가 되다
관능미의 대명사였던 시스루가 질감과 레이어링의 언어로 진화하고 있다. 겹치는 순서 하나로 무드가 달라지고, 한여름 반팔보다 긴팔이 더 시원할 수 있다는 역설이 통하는 시대. 시스루는 이제 특별한 날의 아이템이 아니라 일상을 품격 있게 완성하는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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