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프 하나로 끝내는 트렌디한 가을 패션 I 3분 만에 완성하는 가을 스타일링
[잇(it)템 졸업식]
미니멀리즘의 절제미와 '조용한 럭셔리'의 은은함 뒤로, 패션계가 다시금 화려함의 미학을 꺼내 들고 있다.
명품 하우스 브랜드들이 시선을 돌린 곳은 1960~70년대 프랑스 부르주아 여성 패션이다.
절제 대신 과감함을, 단순함 대신 풍성함을 택한 '네오 부르주아' 패션이 2025년 런웨이를 휩쓸었다.
샤넬, 프라다, 발렌티노가 쏘아 올린 네오 부르주아 열풍···'맥시멀 럭셔리'로 패션계 주목
샤넬 2526 가을·겨울 컬렉션 ©Chanel 공식 홈페이지
패션계의 거장들이 먼저 손을 들었다. 샤넬은 최근 선보인 컬렉션에서 클래식 트위드 재킷의 정갈함에 푸시 보우의 로맨틱함을 더해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목둘레를 리본 모양으로 감싸는 이 디테일은 약 50년 전 부르주아 스타일의 가장 대표적인 상징이다. 레이스와 실크 소재로 완성된 이 작은 장치 하나가 전체 룩에 레트로 감성과 로맨틱한 분위기를 불어넣는다.
프라다는 25SS 여성 컬렉션에서 고급스러운 소재감의 푸시 보우 블라우스와 카디건을 매치한 실용적 제안을 앞서 선보인 바 있다. 미우치아 프라다가 추구하는 지적인 여성상과 부르주아 패션의 우아함이 만나 새로운 시너지를 창조해 낸 것이다.
발렌티노 25FW 컬렉션 ©발렌티노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maisonvalentino
지난 3월 파리 패션위크에서 발렌티노는 맥시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컬렉션에서는 리본, 레이스 디테일과 페플럼 장식이 어우러져 풍성함의 극치를 연출했다. 특히 화장실을 배경으로 한 파격적인 런웨이에서 푸시 보우 디테일의 남성복이 등장해 성별을 초월한 부르주아 감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런던의 밤과 예술가의 흔적에서 영감을 받은 알렉산더 맥퀸의 션 맥기르도 화려한 디테일과 장식으로 무장했다. 로맨틱한 실크 소재 블라우스와 스카프를 통해 목 중심의 풍성한 실루엣을 연출하며, '목에 힘 주는 패션'이라는 새로운 트렌드 코드를 제시했다.
50년 전 여성 패션 휩쓴 '부르주아 패션' 뭐길래?
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프랑스 상류층 여성들을 사로잡은 부르주아 패션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이었다. 부르주아를 상징하는 리본 장식, 화려한 패턴, 잘록한 허리 라인 아래로 이어지는 풍성한 실루엣이 이 스타일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당시 부르주아 패션은 지위의 표현이자 여성성의 과시였다. 레이스와 실크, 벨벳 같은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하고, 복잡한 장식과 디테일로 옷감 위에 예술 작품을 그려내듯 했다. 푸시 보우는 그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요소로, 목 주변을 우아하게 감싸며 여성의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했다.
"30년 로맨틱 정체성 지켜온 로엠" 돌아온 부르주아 패션 재해석한 상품 선봬
로엠 25FW 컬렉션 ©ROEM
네오 부르주아 트렌드의 부상과 함께 국내 패션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는 30년간 대한민국 여성의 로맨틱 라이프스타일을 이끌어온 로엠이다.
1991년 시작된 로엠의 브랜드명은 수선화의 영어 학명 'Narcissus tazetta L. var. chinensis Roem'에서 따온 것이다. 수선화의 꽃말인 '고결, 신비, 자기 사랑'이라는 브랜드 철학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로엠 정체성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로맨틱' 분위기를 강조하며 구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시그니처 아이템인 '블라우스'와 '원피스'를 통해 고객들에게 깊이 각인됐다.
로엠이 25FW 시즌 선보이는 컬렉션에서는 네오 부르주아 트렌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블라우스 라인도 만나볼 수 있다. 타이 블라우스, 브이넥 타이 블라우스, 우븐매칭 트위드 미니원피스, 보트넥 타이원피스 등 푸시 보우 디테일이 적용된 아이템들이 공개됐다.
각 아이템은 70년대 부르주아 감성을 고스란히 담으면서도 현대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됐다.
로엠 25FW 컬렉션 ©ROEM
한편, 송혜교, 수지, 박신혜 등 당대를 대표하는 톱스타를 앰버서더로 발탁해 온 로엠의 마케팅 철학도 여전히 유효하다. 여성들의 로맨티시즘을 강조하는 브랜드 메시지가 네오 부르주아 트렌드와 만나 더욱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50여 년 전 프랑스 파리지앵의 부르주아 패션이 올해 국내 여성들의 옷장에서 새롭게 꽃피울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니멀의 절제를 벗어던지고 맥시멀의 풍성함을 선택한 이들에게 로엠은 단순한 패션을 넘어 자신만의 로맨틱한 서사를 써내려갈 수 있는 선택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