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깔려 15M를 끌려갔다...차에 치인 고려인 아이에게 한국이 보여준 ‘기적’
[마음 온(溫)에어]
낯선 듯 익숙한 이야기로 만나는 우리 주변의 진실, 함께라면 변화할 수 있습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이 명대사처럼, 8세 성진이(가명)에게도 새로운 희망의 날이 필요했습니다. 안산 원곡동의 그 평범한 횡단보도에서 말이에요.
차 뒷바퀴에 끼인 채, 그리고 15m의 악몽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성진이 어머니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8세였던 성진이는 안산시 원곡동 집 근처에서 길을 건너다 차에 치였습니다. 차 밑으로 들어가 뒷바퀴에 끼인 채 15m가량을 끌려간 성진이는 장이 파열되고 우측 대퇴골과 정강이가 변형되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생후 3개월 된 둘째를 돌보느라 사고 현장에 함께 할 수 없었던 어머니는 병원에서 아들과 만나며 말했습니다.
"사고를 당했을 때 아들이 눈을 뜨고 있었는데 계속 '사랑한다'라고 말했어요. 아들이 병원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될까 봐 너무 두려웠어요."
119 헬기가 하늘을 가르던 그날, 성진이는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되어 봉합술 등 긴급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전치 12주의 진단이었습니다.
F4 비자로 한국에서 4년째
성진이는 F4 비자를 가진 러시아 고려인 동포로, 3년 전부터 이주민 시민연대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러시아 대안학교 2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긴급 수술비만 2,400만 원, 재활까지 포함하면 최소 650만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통보였습니다.
구급차 왕복 26만 원, 간병비 일 5만 원
성진이는 병상 부족으로 안산 단원병원으로 전원 되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아주대병원에 사설 구급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습니다. 왕복 26만 원이라는 큰 비용이 드는 상황이었고, 어머니가 신생아를 돌봐야 해서 간병인을 고용해 하루 5만 원씩 지급해야 했습니다.
사각지대에 놓인 가족들
"가해자분이 가입하신 건 책임보험뿐이에요. 보상 한도가 1,500만 원입니다"
가해자 역시 고려인 동포였고, 더 이상의 보상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결국 형사 조치로 이어졌습니다. 성진이 아버지는 일용직으로 한 달에 250만 원을 벌어오는 게 전부였고, 어머니는 생후 3개월 된 둘째를 돌보느라 일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치료를 포기해야 하나..."
더 큰 절망은 외국인 신분이라는 현실이었습니다. 주민센터나 적십자의 공적 지원은 문턱이 높았고, 언어의 장벽은 더욱 높았습니다.
500만 원이 만든 기적
그때였습니다. SOS위고의 500만 원 긴급 치료비 지원이 시작된 것은. 큰돈은 아니었지만, 이 작은 물방울이 놀라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지역사회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안산 적십자에서 300만 원, 소방서 '따뜻한 동행 경기 119' 사랑나눔 프로젝트를 통해 안산소방서 소방공무원, 의용소방대, 공무직 등 소방 가족들이 자율적으로 모은 성금 281만 원이 전달되었습니다.
이주민시민연대 사회적협동조합을 주축으로 안산 희망재단에서 2,500만 원의 성금을 전달했습니다. 가해 차량 보험금 1,500만 원까지 합쳐서... 총 4,500여만 원이라는 기적 같은 액수가 조성되었습니다.
"500만 원도 큰 도움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실 줄 몰랐어요."
성진이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감사와 놀라움이 섞여 있었습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이웃들
법무부의 '2024 외국인 정책 통계 연보'에 따르면, 국내에는 8만 5천 명의 고려인 동포가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70%가 언어와 제도의 장벽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성진이 어머니는 말했습니다.
"언어적, 제도적 장벽 속에서 한국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고 놀라웠어요."
한국 사회의 보살핌에 진심으로 감동한 성진이 가족은 귀화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년이 그려가는 미래
현재 성진이는 약 2주간의 집중 입원 치료를 마치고 통원 치료를 받으며 꾸준히 회복하고 있습니다. 뛰지는 못해도 보조 기구 없이 짧은 거리를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사고 후 겪었던 차에 대한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도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다가오는 9월에는 철심 제거 수술을 하고 재활치료를 병행할 예정입니다.
성진이의 꿈은 고고학자입니다. 세계 지리를 좋아하고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배우길 좋아하는 8세 소년은 말했습니다.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저도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골든타임 72시간의 의미
"골든타임 72시간 내 신속 지원이 핵심입니다."
이랜드복지재단 관계자는 SOS위고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한 아이의 위기를 공동체의 연대로 확장시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당신의 관심이 또 다른 성진이의 기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는 다른 친구들도 저처럼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모든 아이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지금도 어딘가에서 SOS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8세 성진이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희망의 신호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