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외모도 특이했던 '괴물 투수'. 명예의 전당은 갔지만, 영구결번은 못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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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의 시도 끝에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이 선수'
9번의 시도 끝에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이 선수'
이름도 외모도 특이했던 '괴물 투수'. 명예의 전당은 갔지만, 영구결번은 못 받았다?
이름도 외모도 특이했던 '괴물 투수'. 명예의 전당은 갔지만, 영구결번은 못 받았다?
Editor 송치훈 기자(동아닷컴)
입력 2025.07.11 10:08 수정 2025.07.11 15:12
[MLB 파크]
스포츠 전문 기자 경력 10년, 야구 찐팬 경력 30년, 야구에 진심인 그만의 시선으로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메이저리그의 숨은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해당 콘텐츠는 Eland Museum의 특별한 소장품으로 MLB Park와 함께 제작하는 기획 콘텐츠 입니다.
강렬한 데뷔
1972년 5월 29일, 애너하임 스타디움.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팀이 1-4로 뒤진 7회 신인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등번호 54번의 이 신인 투수의 이름은 리차드 마이클 고시지.
고시지는 2와 2/3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볼넷만 2개 허용하며 더 이상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고, 팀이 5-4 역전승을 거두면서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승리를 거두게 됐다.
'구스'라는 별명이 만들어진 이유
훗날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투수로 굵직한 족적을 남기게 된 그는 '구스(Goose)'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했다. 목을 길게 빼고 포수의 사인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마치 거위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었다.
별명 하나로도 야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그는, 외모와 퍼포먼스를 동시에 기억에 남긴 드문 선수였다.
1,000경기 이상, 100마일 이상
고시지는 이후 1994년까지 23시즌 동안 활약하면서 통산 1,002경기에서 1,809와 1/3이닝을 던지며 124승 107패 310세이브 1,502탈삼진 평균자책점 3.01 등의 성적을 거뒀다.
현대 야구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출장 수치와 이닝 소화. 불펜이었지만 '에이스급 체력'을 갖춘 선수였다.
고시지는 100마일에 달하는 빠른 공으로 타자들을 압도한 투수였다. 슬라이더나 체인지업 같은 변화구도 간간이 던졌지만, 빠른 공 하나면 충분하다고 믿었다.
포심 패스트볼은 종속 기준 100~104마일에 이를 정도였고, 이 공으로 통산 1,500개가 넘는 탈삼진을 기록했다. 단순하지만 강력했다.
'멀티 이닝 세이브'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9회 한 이닝만 막고 내려오는 마무리 개념이 자리를 잡기 전이었다. 고시지는 2이닝, 심지어 3이닝 이상 던지는 일이 흔했고, 1975년부터 본격적으로 마무리로 자리 잡은 뒤에도 멀티 이닝 세이브의 상징과 같은 선수가 됐다.
현대 야구의 '원 이닝 마무리'와는 완전히 다른, 체력과 담력이 필요한 시대를 대표했다.
압도적인 우승을 만들어내다
첫 마무리 시즌인 1975년 리그 세이브 1위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고시지는 1980년대 초반까지 뉴욕 양키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1978년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이바지했고, 1984년에는 샌디에이고를 창단 후 첫 월드시리즈에 진출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는 타자의 홈런이나 빅 이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파이어맨'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한 투수였다. 이처럼 압도적인 공을 던지면서도 위협구를 즐기지는 않았다.
그는 22년 동안의 메이저리그 커리어에서 몸쪽 위협구를 던진 건 단 3번뿐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명예의 전당에 오르다
1994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그는 2008년 9번의 도전 끝에 85.8%의 득표율로 마침내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전성기의 임팩트와 멀티 이닝 세이브라는 구시대적 마무리의 상징, 그리고 1,000경기 이상 등판한 철완 불펜 투수로서의 기록이 인정받은 결과였다.
그가 7년 동안 활약하며 151세이브를 기록했던 뉴욕 양키스는 2014년 구단의 '모뉴먼트 파크'에 기념 명판을 설치했다.
다만 고시지는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수들 가운데 드물게도 영구결번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비록 영구결번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그가 한 시대를 풍미한 마무리 투수였음은 변함 없는 사실이다.
시대의 취향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이랜드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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