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페스티벌마다 보이는 '이 신발' 사실은 모내기 신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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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오고 그래서, 니 생각이 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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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페스티벌마다 보이는 '이 신발' 사실은 모내기 신발이었다
매년 페스티벌마다 보이는 '이 신발' 사실은 모내기 신발이었다
2025.05.12
2025.05.12
Editor 배터리(Better Lee)
[잇(it)템 졸업식]
비 오는 날 발끝을 책임져주는 레인부츠.
한때는 농부와 어부의 작업화로 인식되던 이 실용적인 신발이 이제는 스타일리시한 패션 아이템으로 거듭났다.
오늘은 장마철 대표 아이템을 넘어 다가올 여름 페스티벌에서 당신의 스타일링을 책임져줄 레인부츠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19세기, 찰스 굿이어가 탄생시킨 최초의 고무 부츠
레인부츠의 역사는 19세기 초 영국의 유명한 장군이자 정치인이었던 웰링턴 공작(The Duke of Wellington)으로부터 시작된다.
웰링턴 공작은 자신의 구두 제작자에게 독일 군인들이 신던 헤시안 부츠(Hessian Boots)를 더 실용적이고 세련되게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공작의 이름을 따서 탄생한 '웰링턴 부츠(Wellington Boots)'는 영국 신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물이 새지 않는 고무 레인부츠는 1839년 미국 화학자 찰스 굿이어(Charles Goodyear)의 우연한 발견 덕분에 탄생했다. 굿이어는 고무와 황을 열을 가해 섞으면 고무가 더 단단해지고 내구성이 좋아진다는 '벌커나이즈드 공법'을 발견했는데, 이 방법으로 물에 강한 신발 재료를 만든 것이다.
영국 사업가 하이람 허친슨(Hiram Hutchinson)은 굿이어에게서 이 기술의 사용권을 사들여 1853년 프랑스에 A L'Aigle이라는 고무 부츠 회사를 세웠다. 당시 대부분의 유럽 농부들은 나무로 만든 신발을 신고 일했는데, 물이 전혀 스며들지 않는 고무 부츠의 등장은 그들에게 혁명과도 같았다. 농부들이 발이 젖지 않은 채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수 있게 된 것이다.
1차 세계대전 군인의 발을 보호해 준 신발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 영국 정부는 노스 브리티시 러버 컴퍼니(North British Rubber Company, 후에 헌터(Hunter Boot Ltd)로 이름이 바뀜)에 유럽의 진흙투성이 참호에서 군인들이 신을 수 있는 적합한 부츠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전쟁 중 군인들은 진흙과 물이 가득한 참호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발 관련 질병이 많이 발생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방수 기능이 뛰어난 부츠가 꼭 필요했다.
헌터(Hunter Boot Ltd)는 전쟁 기간 동안 무려 118만 5,036켤레의 레인부츠를 생산했고, 2차 세계대전에서도 영국군의 요청으로 대량의 웰링턴 부츠와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긴 부츠를 공급했다.
종전 후 민간에 보급된 고무 부츠···농부, 어부 등의 필수품이 되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웰링턴 부츠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비 오는 날 신는 신발로 인기를 얻었다. 당시 부츠는 더 넓어진 발볼과 두꺼운 밑창, 둥근 발끝 형태로 발전했다. 또한 전쟁 후 물자 배급 시대에 노동자들은 이를 일상 작업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저렴한 비용과 쉬운 제조 방식, 완벽한 방수 기능은 레인부츠가 산업 현장에서 가죽 신발을 대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산업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발가락 보호를 위한 철제 캡이 달린 안전 레인부츠도 등장했고, 이는 수많은 산업 분야에서 필수 작업화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레인부츠, 일명 '장화'의 역사는 깊다. 조선시대까지 주로 가죽으로 만든 장화를 신었으나, 개화기 이후 서양복의 도입과 함께 우리에게 익숙한 레인부츠가 등장했다.
1917년 『매일신보』에는 '소가죽으로 만든 장화'가, 1938년 『동아일보』에는 '고무로 만든 장화'에 관한 기록이 남아있어 근대화 과정에서 고무장화가 보급되었음을 알 수 있다.
농업이 주요 산업이었던 당시 우리나라에서 장화는 농번기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다이애나비가 쏘아 올린 트렌드···페스티벌 잇템이 된 작업화
레인부츠가 진정한 패션 아이템으로 도약한 결정적 계기는 1981년 다이애나 비가 영국 발모랄 성에서 찰스 왕세자와의 데이트 중 레인부츠를 신은 모습이 사진에 포착되면서부터다.
이후 레인부츠의 판매량은 급증했고, 실용적 작업화였던 레인부츠는 패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레인부츠는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 같은 영국의 주요 음악 페스티벌과 함께 더욱 유명해졌다. 진흙 범벅이 되는 페스티벌 현장에서 실용성과 스타일을 동시에 갖춘 레인부츠는 페스티벌 패션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첫번째 사진) 2005년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참가한 케이트 모스 (두번째 사진) 2015년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참가한 알렉사 청, ©Getty
케이트 모스(Kate Moss), 알렉사 청(Alexa Chung) 같은 패션 아이콘들이 페스티벌에서 레인부츠를 스타일리시하게 착용한 모습이 미디어에 소개되며 전 세계적으로 트렌드가 확산됐다.
국내에서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워터밤 등 야외 행사들이 인기를 끌면서 레인부츠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장마철과 겹치는 여름 시즌에 레인부츠는 단순한 비 오는 날 신발을 넘어 페스티벌 룩의 완성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베이직 첼시 레인부츠 ©Shoopen
슈즈 SPA 브랜드 슈펜(Shoopen)은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합리적인 가격대의 다양한 레인부츠를 선보이고 있다. 베이직한 디자인부터 바이커 부츠 스타일까지, 다양한 기장과 디자인의 레인부츠로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한다.
특히 슈펜의 '베이직 첼시 레인부츠'는 비 오는 날 뿐 아니라 맑은 날에도 데일리룩으로 코디할 수 있어 입소문을 타고 인기몰이 중이다. 또한 '바이커 미들 레인부츠'는 트렌디한 바이커 부츠를 모티브로 한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감각적인 스타일링을 원하는 2030 여성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바이커 미들 레인부츠 ©Shoopen
슈펜은 8mm 폼의 탈부착 가능한 인솔과 부드러운 소재의 안감을 사용해 편안한 착화감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해외 현지에서 직원들이 발로 뛰며 원가 혁신을 이뤄낸 레인부츠를 5만 원 이하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남성용 레인부츠 라인도 확대하는 등 모든 고객을 위한 상품을 준비 중이다.
한때 농부와 어부의 작업화, 군인들의 필수품이었던 레인부츠는 이제 스타일을 완성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비 오는 날은 물론, 맑은 날에도 가볍게 신을 수 있는 레인부츠의 진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