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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터의 신, 타석에 재앙을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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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만장일치 ‘명예의 전당’, 마리아노 리베라

유일한 만장일치 ‘명예의 전당’, 마리아노 리베라

2024.05.21

2024.05.21


 

Special Editor :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님


스포츠 전문 기자 경력 10년, 야구 찐팬 경력 30년, 야구에 진심인 그만의 시선으로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메이저리그의 숨은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해당 콘텐츠는 
Eland Museum의 특별한 소장품으로 MLB Park와 함께 제작하는 기획 콘텐츠 입니다.

 

2011년 9월 19일 뉴욕 양키스와 미네소타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양키스타디움. 

경기장 안 모든 관중의 시선은 9회초 마운드에 오른 뉴욕 양키스의 등번호 42번 투수에게 쏠려있다. 홈 팀의 6-4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면 이 사나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투수가 된다. 그의 이름은 마리아노 리베라. 


 

※ 양키스 영구결번 선수이자 최고의 마무리 투수, 리베라

 

경기 초반 뉴욕 양키스가 5-0으로 크게 앞서갔지만 원정팀 미네소타 트윈스가 2점 차까지 추격하면서 리베라의 세이브 여건이 마련됐다. 경기장을 찾은 모든 관중들은 역사의 순간을 직접 목격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8회말 1사 1, 2루 찬스에서 양키스 타자 닉 스위셔가 병살타로 물러나 득점에 실패하자, 양키스 팀 관중들이 추가 득점 실패로 세이브 여건이 유지된 것에 안도하며 환호하기도 했다.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마운드에 오른 리베라는 트레버 플루프를 2루 땅볼, 마이클 커디어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한 뒤 크리스 파멜리를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며 편안하게 이닝을 마쳤다. 동료들은 모두 마운드로 다가와 리베라를 축하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리베라는 홈 팬들이 추가 득점 실패에 환호한 상황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I wanted to pitch, but I didn’t want my teammates to do bad. When I saw that I thought ‘These fans are crazy. We need to score some runs.’ But at the same time, I appreciated it because they wanted me to pitch.”

(난 던지고 싶었지만 우리 팀 동료들이 못하기를 바라지는 않았어요. 그 상황을 보고 ‘이 팬들은 미쳤어. 우리는 추가점을 내야 해’라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그들이 내 등판을 바라는 것이 고마웠습니다.)



※ 마리아노 리베라의 통산 602 세이브의 순간 (출처: MLB)

이날 경기로 리베라는 통산 602번째 세이브를 올리며 종전 기록 보유자였던 트레버 호프만의 601세이브를 넘어 메이저리그 최다 세이브 기록 보유자가 됐다. 

파나마 출신인 리베라는 1990년 뉴욕 양키스에 입단했지만 언어 문제, 팔꿈치 인대 수술 등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수술 후에도 90마일 후반대의 빠른 공을 던지며 가능성을 인정받아 1995년 선발투수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수 있었다. 

데뷔 시즌 19경기(10경기 선발 등판)에서 67이닝을 던져 5승 3패 평균자책점 5.51 등의 성적을 기록한 리베라는 이듬해 불펜 투수로 전향해 셋업맨 역할을 하게 됐다. 


 

※ 데뷔 당시 마리아노 리베라 (출처 : MLB)

 

기록상으로는 단 5세이브를 올렸을 뿐이지만 이 시즌 리베라는 등판한 61경기 중 3이닝 투구 8경기, 2이닝 이상 투구는 27경기에 달할 정도로 멀티 이닝 필승조 역할을 소화했다.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은 리베라는 1996시즌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에 오른다. 세이브 5개에 불과한 불펜 투수가 사이영상 1위 표를 받은 사례는 이 시즌의 리베라가 유일하다.

 

1997시즌부터 팀의 마무리를 맡게 된 리베라는 그 해 43세이브를 올리며 성공적으로 마무리투수로 안착했다. 이후 15년 연속으로 최소 28세이브 이상을 기록했고, 그 중 11시즌은 평균자책점 2.00을 넘지 않았다. 마무리투수가 아니었던 데뷔 첫 두 시즌과 부상으로 9경기만 소화했던 2012시즌을 제외한 16시즌 중 리베라가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하지 못한 건 2002시즌(28개) 단 한 번뿐이다. 반면 4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시즌은 10번이나 된다.



리베라를 대표하는 구종은 ‘커터(컷 패스트볼)’다. 1995년 데뷔 이후 1997시즌 중반까지 리베라는 시속 90마일 후반대 빠른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 피치 투수였지만 커터를 익히고 투심을 추가하면서 슬라이더를 버리고 포심 패스트볼, 커터, 투심 패스트볼까지 속구 계열 구종 세 개만 던졌다. 


 

※ 마리아노 리베라의 전매특허, 커터 그립

 

특히 2007시즌 3승 4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3.15, 4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리베라 기준으로 부진한(?) 성적을 거둔 뒤에는 커터의 비중을 더욱 늘렸다. 타자들은 리베라가 어떤 공을 던지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그가 은퇴할 때까지도 이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리베라의 피치 존을 보면 거의 대부분 공이 존 구석구석 꽂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의 통산 피장타율은 0.293, 통산 HR/9는 0.5, 통산 BB/9는 2.0이다. 제구력이 좋아 실투가 거의 없어 장타를 잘 내주지 않는데 볼넷 허용도 적고, 타자가 공략하기 힘든 존 구석에만 위력적인 공을 계속해서 던진다는 의미다. 


※ 마리아노 리베라의 커터 분석 영상 (출처: NY Times)

이토록 강력한 마무리투수였던 리베라는 포스트시즌에는 ‘언터쳐블(Untouchable)’이라 칭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만큼 더욱 강력한 모습을 선보였다. 리베라의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96경기 141이닝 8승 1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0.70이다. 역대 가장 많은 포스트시즌 경기에 등판했는데도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이다.


승리 확률 기여도(Win Probability Added, WPA)를 보면 포스트시즌 리베라의 위대함을 제대로 체감할 수 있다. WPA 1이면 두 경기를 자력으로 승리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는데 리베라의 통산 포스트시즌 WPA는 무려 11.7이다. 참고로 불펜 투수 중 리베라에 이은 2위의 WPA가 2.7이고 선발 투수 중 1위가 4.1, 타자 1위는 3.2다. 

특히 1998년과 1999년 포스트시즌의 리베라는 무결점의 완벽한 모습이었다. 1998년 포스트시즌 10경기에서는 24 1/3이닝을 던져 단 한 점도 주지 않았고, 1999년 포스트시즌에서도 8경기에서 12 1/3이닝을 던지는 동안 역시 단 한 점도 실점하지 않았다. 1999 월드시리즈에서 4 2/3이닝 무실점 1승 2세이브를 기록한 그는 그 해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 1999 월드시리즈 우승 후 환호하는 리베라

 

2013시즌을 앞두고 은퇴를 예고한 리베라는 2013년 9월 26일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경기 8회초 1아웃 상황에서 자신의 등장곡 ‘Enter Sandman’과 함께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4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하면서 9회 2아웃을 만들자 양키스 덕아웃에서는 리베라가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퇴장할 수 있도록 투수 교체 사인을 냈다. 이 때 마운드에 올라간 건 감독이나 투수 코치가 아닌 앤디 페티트와 데릭 지터였다. 이들을 본 리베라는 잠시 웃음을 짓는가 싶더니 페티트에게 안겨 눈물을 펑펑 흘려 큰 감동을 안겼다.  

모든 관중들은 리베라를 향해 기립 박수를 쳤고, 리베라는 모자를 벗으며 화답했다. 이 모습을 마지막으로 리베라는 통산 1115경기, 1283 2/3이닝, 82승 60패 652세이브, 평균자책점 2.21, 1173탈삼진 등의 빛나는 기록을 남기고 은퇴했다. 


※ 마리아노 리베라의 커리어 마지막 출전의 순간 (출처: MLB)

이렇게 유니폼을 벗은 리베라가 ‘명예의 전당’에 무난히 입성할 것이라고는 누구나 예상했다. 하지만 리베라는 예상을 뛰어넘어 현지시간 2019년 1월 22일 최종 득표율 100% 만장일치로 입성에 성공했다. 역대 최초이자 현재까지도 유일한 만장일치 ‘명예의 전당’ 입성자다.

 

리베라의 만장일치 입성은 2016년부터 은퇴한지 오래 된 기자들이 선거인단에서 대거 제외되면서 보수적인 기자들이 많이 빠진 영향이 컸다. 이외에도 압도적인 포스트시즌 성적, 본인의 좋은 이미지 등 복합적인 원인들이 더해졌다. 


 

※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마리아노 리베라 (출처 : NY Times)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펜 투수로 대부분을 활약한 리베라가 랜디 존슨, 그렉 매덕스 등 뛰어난 성적을 남긴 선발 투수들, 또는 뉴욕 양키스의 대표적 슈퍼스타 데릭 지터 등도 기록하지 못한 만장일치를 받은 것이 합당한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다. 다만 리베라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마무리투수였다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마리아노 리베라가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인 602세이브를 달성한 경기에서 사용된 공.
리베라의 친필사인과 602saves, 9-19-11(602세이브, 2011년 9월 19일)라고 적혀있다.(이랜드 뮤지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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