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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 위의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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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 MVP 2회 수상자, 룰을 바꾼 사나이

월드시리즈 MVP 2회 수상자, 룰을 바꾼 사나이

2023.11.03

2023.11.03

1967년 10월 12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7차전

불과 4일 전 세인트루이스에 승리를 안겨준 밥 깁슨이 다시 한 번 선발로 등판한다. 그리고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 어김없이 밥 깁슨이 마운드를 책임진다. 그는 결승구로 슬라이더를 던졌고 상대 타자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이렇게 밥 깁슨은 세인트루이스에게 역대 8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긴다.

  


※ 1967년 월드시리즈 우승 후 팀 동료들과 기뻐하는 밥 깁슨

 

"내가 하나 조언해줄게. 절대 밥 깁슨의 성질을 건드리지 말 것!"

- 요기 베라, 뉴욕 양키스의 레전드 포수

​9경기 7승 2패 방어율 1.89, 81이닝(경기당 9이닝) 92삼진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 숫자들은 밥 깁슨의 역대 월드시리즈 성적이다. 밥 깁슨의 별명인 '마운드 위의 전사'는 그의 무자비한 승부욕과 근성 때문에 생겼는데, 그는 자신이 시작한 경기는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끝내고 싶어했다. 심지어 감독조차도 그를 교체시키려 마운드에 오르는 것을 꺼렸다고. 특히 우승을 가리는 월드시리즈에서 평균 9이닝을 던지며 단 한 경기를 제외하고 모든 경기를 완투*했다. 그는 1964년과 1967년 월드시리즈에서 팀의 4승 중 3승을 혼자 책임졌고, 2회 연속 MVP**로 선정된다.

*완투 : 선발 투수가 처음부터 경기가 종료할 때까지 모든 투구를 하는 것
** 메이저리그 120년 역사 동안 월드시리즈 MVP를 2회 수상한 선수는 단 4명으로, 올해 텍사스 레인저스의 코리 시거가 1965년 샌디 쿠팩스, 1967년 밥 깁슨, 1977년 레지 잭슨 이후로 56년 만에 2회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 1967년 월드시리즈 7차전 밥 깁슨의 마지막 투구 (출처: MLB)

2회 연속 MVP를 달성한 이듬해인 1968년, 밥 깁슨은 최전성기를 맞이한다. 당시 그의 성적은 34경기 22승 9패 방어율 1.12*. 특히 34번의 경기 중 28번의 완투, 47이닝 무실점을 달성하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일 시즌 최고의 모습을 보인다. 리그 흥행을 위해서 많은 점수가 나는 경기를 원했던 MLB 사무국은 1969년부터 마운드 높이를 낮추고 스트라이크 존을 좁히는 등 일명 '밥 깁슨 룰**'을 새롭게 만들어 투수들에게 불리하도록 규정을 수정한다.

* 1.12의 자책점은 1920년대(라이브볼 이후) 역대 최저 자책점이다. 자책점 1.5는 투수들에게 통곡의 벽이라 불리는데, 밥 깁슨은 그 벽을 무너뜨린 유일한 선수다.
** 당시 리그 평균 자책점은 2.99점으로, 전년보다 1.3점이 하락할 정도로 투고타저 현상이 심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MLB 사무국은 규정을 수정하기로 결정했고, 당시 가장 뛰어난 성적을 보였던 밥 깁슨의 이름을 따서 규칙을 명명한다.


※ 1968년 월드시리즈 1차전 밥 깁슨의 17삼진 달성 (출처: MLB)

1968년은 밥 깁슨의 최전성기인 해였지만, 동시에 큰 좌절감을 안겨준 해이기도 했다. 그의 팀 세인트루이스가 월드시리즈 최종전에서 패배하며 우승에 실패했기 때문.

1차전에서 17삼진*, 완봉승**을 거두며 압도적인 개인 기록을 보였던 그였기에, 최종전의 패배는 더욱 쓰렸다. 당시 6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던 그는 7회 2아웃 이후 연달아 4번의 안타를 맞고 3실점을 하게 된다. 실점했던 2개의 안타 모두 외야수들이 충분히 잡을 수 있었기에 그와 팬들은 모두 크게 아쉬워 한다. 패색이 짙었지만, 그는 경기를 끝까지 마무리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다.

* 17삼진은 역대 월드시리즈 한 경기 최고 기록으로 남아있다.
** 완봉승 : 선발 투수가 경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투구를 하면서 상대에게 단 1점도 허용하지 않는 것.


 

※ 밥 깁슨의 명예의 전당 동판 (출처 : MLB, HALL OF FAME)

 

어떻게든 팀을 다시 정상에 올리고 싶었던 밥 깁슨. 그러나 약 7년 간의 고군분투에도 불구, 예상치 못한 부상과 팀의 부진으로 인해 '월드 시리즈 3회 우승'이라는 그의 꿈은 결국 좌절되고 만다.

자신의 기록보다 팀의 승리에 더욱 집착했던 밥 깁슨. 구단은 그 헌신을 기억하고자 1975년 그의 은퇴와 동시에 그의 등번호 45번을 영구 결번으로 선정한다. 그리고 그는 1981년 명예의 전당 첫 해에, 80%가 넘는 득표율로 즉시 헌액된다.

 


 

※ 밥 깁슨의 1967년 월드시리즈 투구 볼 (이랜드 뮤지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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